안녕하세요.

저는 쌍둥이를 포함,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대학을 다니다 결혼을 하는 바람에
경력이라고 할 만한 변변한 직장생활도 없이 쭉~ 전업주부의 길만 걸어왔어요.

아기를 키우다 보면 그 전엔 몰랐던 육아용품의 신세계가 열리잖아요. 저는 이런저런 제품을 쓰면서 재미 삼아 연습장에 아이디어 스케치를 남기곤 했는데, 그중 아기
엉덩이를 쉽게 씻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굉장히 절실했어요.

왜냐면 쌍둥이 씻기느라 손목이 너무 아팠거든요. 지금은 여러 제품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아직 아기를 씻기는 보조기구가 없었어요.

저는 때를 기다리다가 셋째 막내가 어린이집을 가던 해에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개발비용이 없어 여러 국가지원사업에 신청하여 수없이 떨어지고,
가까스로 만든 시제품 금형을 몇 번이나 수정하면서 개발 시작 후 2년이 지나서야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제품 수정을 거치고 2020년 리뉴얼 제품까지 왔습니다.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여러 육아커뮤니티에서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가장 좋은 세정방법에 대한 공감이 있었고 제품 잘 쓰고 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느린 걸음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어요.

수많은 제품 중에 여러분이 힙비를 택하신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제품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모이니에 대한 응원과 지지가 아닐까 생각하면 든든하기도 하고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기도 합니다.

육아와 살림, 일 사이에서 힘겨운 저글링을 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전업맘으로서
예쁜 아이 돌보는 것도 행복하지만 육아 이후의 삶에 대해 늘 고민하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제게 힙비 개발은 13년 경력단절자로서 구직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계기였지만,
‘사람에게 이상적인 일터란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한 나름의 도전이기도 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제품을 통해 꾸준히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주 오래전에 핀란드어를 배워야겠다고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난 때가 있었습니다.

대단한 계획이나 포부 때문에 간 것은 아니었고, 아무 연고 없는 낯선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혼 초 우연히 간 병원에서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후로 3~4년간 항암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와 재발을
반복하면서 겨우 회복이 되었어요.

완치의 기쁨을 누리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임신만 하면 유산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어느순간, 저는 다른 이들의 위로와 시선조차 버거워서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서 지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훌쩍 핀란드로 향했고 정말 운 좋게도 헬싱키 교외 지역의 통나무집에서 저렴한 월세를 살았습니다.

낮에는 언어학교에서 핀란드어를 공부하고, 저녁에는 집주인 아줌마와 통나무집 안에 있는 사우나에서 담소를 즐겼습니다.
아줌마와 옆 도시로 여행도 가고, 전시회나 음악회도 다녔습니다.

우리는 공방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곳엔 펠트 공예품도 있고, 양초도 있고, 그림도 있고, 자작나무를 활용한 작품도 많았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하면서 다양하고 정감 있는 소품이 가득했어요.

제가 들르곤 했던 슈퍼 옆 동네 공방은 매일매일 순서를 정해 가게에 나오는 공예가가 가게 안쪽에서 작업하다가 손님을 맞곤 했습니다. 오며 가며 부담 없이 구경하고 들르는 공방은 아이디어의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늘 고민하던 제게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서의 공방은 참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공간을 만들고 사람을 모아 작품을 전시/
판매하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도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모임, 혹은 공간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통나무집 야트막한 침대에 누워 몇 날 며칠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모이다'라는 기본 동사에서 생각이 돌고 돌았습니다.

사람을 모으다, 사람이 모이다, 모여서 함께 가고, 모이니 힘이 되는 어떤 공동체로서의 모임...

그렇게 '모이니(moinee)'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공방 프로젝트는 꿈으로 남았지만, 그때 만들어 놓은 ‘모이니’라는 이름은 2016년 7월,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힙비 개발을 시작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자 하는 경력단절자들의 회사명으로 태어난 거예요.

모이니의 C.I에는 작은 점으로 이루어진 고래가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그저 한 마리 한 마리의 작은 피라미일 뿐이지만, 모두 함께 모여 고래같이 헤쳐 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력서에서는 한 줄 경력으로도 표현할 길 없는, 사람이 지닌 내적 에너지를 보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잠시 다른 길을 걸었더라도, 용모가 단정하지 않더라도, 경력단절자라도, 오직 능력과 열정으로 만나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피라미들이 모여서 이루어 가는 특별한 여정을 지켜봐 주세요.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